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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부. 왜 로스팅을 직접 해야 할까? 커피의 풍미는 ‘불’에서 시작된다 >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내가 직접 원두를 볶아볼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리스타가 아니라도, 고가의 장비가 없어도, 심지어 집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왜 우리가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려고 하는가다. > > 커피의 맛은 생두에서 시작해 로스팅을 거치며 비로소 완성된다. 생두는 말 그대로 커피 나무에서 채취한 커피 씨앗이며, 이 상태에서는 향도 맛도 거의 없다. 오히려 약간의 풀냄새나 날콩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생두에 열을 가하면서 수백 가지의 향미 화합물이 생성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고소함, 단맛, 산미, 쌉쌀함 같은 커피 고유의 맛이 생겨난다. > > 즉, 로스팅은 단순한 가열이 아니라 맛을 창조하는 과정이며, 커피라는 음료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결정적 순간이다. > > 게다가 직접 로스팅을 하면 자신만의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커피는 대체로 대중적인 맛을 노리지만, 직접 볶는 커피는 내가 원하는 농도와 풍미, 바디감, 산미 등을 조절할 수 있어 훨씬 더 섬세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 > > 로스팅은 ‘불 조절’이라는 말로 종종 설명된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온도를 높이고 낮추는 일이 아니라, 열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마치 요리와도 같은 감각이 필요하다. 초보자라도 첫 발걸음을 떼는 데는 큰 장벽이 없다. 단, 기초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 > 이제부터는 원두 로스팅을 시작하기 전 알아야 할 기본 정보들을 차근차근 짚어보겠다. 먼저, 로스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들과, 로스팅 전 생두 고르기의 중요성을 살펴보자. > > 2부. 어떤 생두를 골라야 할까? 그리고 어떤 장비가 필요할까? > 로스팅의 결과는 원두가 아니라 생두에서 결정된다. > 생두는 단순한 '원재료'가 아니라 커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 좋은 생두를 고르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맛있는 커피가 나오기 어렵다. > > 1. 생두 선택의 기준 >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생두의 신선도다. > 생두는 수확 이후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빠지고 풍미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일반적으로 수확 후 6개월 이내의 생두가 가장 좋다고 평가된다. 너무 오래된 생두는 로스팅 시 고르게 익지 않거나 특유의 풍미가 약해진다. > > 그다음은 결점두의 비율이다. 결점두란 벌레 먹거나, 곰팡이가 피었거나, 지나치게 작거나 깨진 생두를 말한다. > 결점두가 많으면 로스팅 시 탄내가 나거나 맛의 균형이 무너지므로, 가능한 한 선별된 프리미엄급 생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 >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생두는 다음과 같다: > >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Ethiopia Yirgacheffe) > 향이 풍부하고 과일향, 꽃향기가 도드라져 초보자도 로스팅 후의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다. > > 브라질 산토스 (Brazil Santos) > 고소한 맛이 강하고 바디감이 뛰어나 균형 잡힌 커피를 만들기 좋다. > > 콜롬비아 수프리모 (Colombia Supremo) > 단맛, 산미, 바디감이 적절히 어우러져 초보자용 블렌드에 적합하다. > > 2. 생두 보관 팁 > 생두는 서늘하고 건조한 장소,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 > 기밀 용기보다는 통풍이 가능한 종이포대나 부직포백이 적합하며, 냉장 보관은 오히려 수분 조절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 3. 초보자가 사용할 수 있는 로스팅 장비 종류 > 커피 로스팅 장비는 수십만 원대 전기식부터 수천만 원짜리 상업용 기기까지 다양하지만, 집에서 시작하는 초보자라면 다음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 > ① 프라이팬(후라이팬) 로스팅 >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프라이팬에 생두를 넣고 나무 주걱으로 계속 저으며 볶는다. > 장점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 단점은 온도 조절이 어렵고 균일한 로스팅이 힘들다. > 팁: 볶는 도중 생두 색 변화와 '팝핑 소리(1차 크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 ② 핸드 로스터 > 손잡이가 달린 드럼통 형태로,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손으로 돌리며 로스팅하는 도구다. > 팬보다 균일한 열 전달이 가능하고, 가격도 5~10만 원대면 입문용으로 충분하다. > 추천 모델: 카페뮤제오 핸디 로스터, 보나빈 핸드로스터 > > ③ 전기식 소형 로스터 > 일정 온도로 자동 가열되며, 팬이 내장돼 있어 생두가 고르게 로스팅된다. > 비용은 20만 원 전후로, 프리셋 설정으로 초보자도 쉽게 다룰 수 있다. > 추천 모델: 알로소 로스터, 스마트로스터 홈버전 등 > > ④ 오븐 로스팅 > 생두를 철망에 펼쳐 오븐에 넣어 볶는 방법으로, 컨벡션 오븐이 이상적이다. > 열 전달은 우수하지만, 오븐 내부 온도 편차로 인해 맛이 일정치 않을 수 있다. > 단, 커피 향이 실내에 진하게 배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 > 4. 기본 부속 도구 > 로스팅 외에도 다음과 같은 도구가 필요하다: > > 식힌 원두를 담을 채반: 열기를 빨리 식혀야 향이 손상되지 않는다. > > 온도계: 일정 온도를 넘기면 2차 크랙으로 탄맛이 나므로 230도 이하 유지 > > 계량 저울: 매번 정확한 무게로 로스팅해야 맛의 재현이 가능하다. > > 타이머: 로스팅 시간 기록은 반복된 학습에 꼭 필요하다. > > 3부. 원두 로스팅의 실전 단계: 색상, 냄새, 소리로 익히는 감각 > > 이제 로스팅에 직접 들어가는 단계입니다. 로스팅의 핵심은 시간과 온도, 그리고 감각입니다. 원두는 열을 가하면 색이 변하고, 향이 퍼지며, 소리가 납니다. 이 세 가지 감각 요소를 통해 로스팅의 각 단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 > 먼저 색상입니다. 생두는 연한 녹색을 띄고 있지만, 열이 가해지면 황갈색을 거쳐 점점 진한 갈색으로 변합니다. ‘시나몬’, ‘미디엄’, ‘풀시티’, ‘프렌치’, ‘이탈리안’ 등의 로스팅 단계가 색상에 따라 구분됩니다. 초보자라면 먼저 ‘시티 로스트’나 ‘풀시티 로스트’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밝은 색은 산미가 강하고, 너무 어두운 색은 쓴맛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색상은 조명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 일관된 조명 아래서 원두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 두 번째는 냄새입니다. 생두는 풀 냄새나 콩 비린내가 나지만, 로스팅이 진행되면 점차 고소한 곡물 향, 견과류 향, 초콜릿 향, 때로는 과일 향이 퍼집니다. 이 향이 바로 커피의 풍미를 결정짓는 방향성이 됩니다. 냄새는 타이밍을 감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로스팅 중에는 집중해서 원두 향을 맡는 것이 좋습니다. 타는 냄새가 느껴지면 이미 지나친 경우가 많습니다. > >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소리’입니다. 원두는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팝’ 소리처럼 작은 폭발음이 납니다. 이것이 일명 ‘크랙’입니다. 첫 번째 크랙은 약 180도에서 발생하며, 이는 로스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이 시점부터 ‘시티 로스트’입니다. 여기서 시간이 지나면 두 번째 크랙이 나는데, 이는 대체로 220도 안팎에서 발생하며 ‘프렌치 로스트’ 또는 ‘이탈리안 로스트’로 분류되는 매우 진한 로스팅 단계입니다. > > 초보자에게는 첫 번째 크랙이 시작되고 약 30초~1분 정도 후에 불을 끄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 시점은 ‘풀시티 로스트’ 전후이며, 산미와 쓴맛이 균형을 이루는 구간입니다. > > 불을 끈 후에는 바로 원두를 식혀야 합니다. 식히는 작업을 ‘쿨링’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이 늦어지면 내부 열에 의해 로스팅이 계속 진행되어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쿨링은 선풍기, 채반, 또는 전용 쿨링기구로 빠르게 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 이렇게 시각, 후각, 청각을 모두 동원해가며 원두를 로스팅하는 과정은 단순히 커피를 만드는 것을 넘어, 향과 맛을 창조하는 감각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한 번의 시도로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기보다, 여러 번의 로스팅을 통해 감각을 익히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합니다. > > 4부: 로스팅 후 원두 보관과 커핑 테스트 > > 이제 막 원두 로스팅을 마친 당신에게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잘 보관하고, 직접 맛보는 것’입니다. 커피는 로스팅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이 시점부터의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4부에서는 로스팅 후 원두의 보관법과, 맛과 향을 평가하는 ‘커핑 테스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 먼저, 로스팅된 원두는 당장 사용하지 않을 거라면 적절한 ‘가스 배출’을 거쳐야 합니다. 로스팅 직후의 원두는 내부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 가스가 완전히 빠지기 전까지는 밀폐 보관하면 내부 압력이 높아져 원두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2~24시간 정도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배출 과정을 거친 후, 밀폐 용기에 담아 냉암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 > 보관 용기로는 공기 차단이 가능한 원웨이 밸브가 달린 커피 전용 보관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없을 경우에는 밀폐 가능한 유리병이나 지퍼백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단, 냉장고 보관은 향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 로스팅된 원두는 일반적으로 2~5일 사이가 가장 이상적인 추출 시기입니다. 이 시점에는 가스가 어느 정도 빠지고 향미가 안정되며, 커피의 복합적인 맛이 살아납니다. 이후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산화가 진행되면서 향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로스팅 일자를 적어두고 일정 기간 내 소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 이제 당신이 로스팅한 커피가 어떤 맛을 내는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커핑(Cupping)’은 커피 전문가들이 원두의 향미를 분석하는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준비 방법은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원두를 굵게 갈아 유리컵이나 볼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일정 시간 우린 후, 표면의 크러스트를 걷어내고 향을 맡은 다음 숟가락으로 떠서 맛을 봅니다. 이때 신맛, 단맛, 쓴맛, 바디감, 후미의 잔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 > 커핑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스스로 로스팅한 원두가 제대로 볶였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를 알아보는 중요한 힌트를 줍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경험을 쌓을수록 혀가 민감해지고, 자신만의 취향도 명확해집니다. 이는 나중에 자신에게 맞는 로스팅 포인트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 로스팅은 단순한 요리나 가공이 아닙니다. 생두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어 향미를 완성하는 창작의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온전히 나만의 컵에 담깁니다. 오늘, 당신이 집에서 볶아낸 커피 한 잔은 세상 그 어떤 유명 브랜드보다 특별할 수 있습니다. 작은 팬에서 시작된 불꽃 하나가, 매일 아침 당신의 하루를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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